시드 마이어: 컴퓨터 게임과 함께한 인생
🔖 내가 디자인 문서를 절대 작성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자인 문서에 비이성적으로 집착하며 코드 한 줄도 쓰기 전에 전체 게임을 텍스트 문서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담아서 보여주길 기대하는 관리자도 있다. 하지만 그건 마치 어떤 지역에 가보기도 전에 “여기에 산이 있을 것이라고 정했어.”라며 지도를 그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만든 디자인 문서를 루이스와 클라크가 들고 나타난다고 해도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이들이라면 “곧 답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하고 걷기 시작할 것이다. 산은 산이 있는 곳에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산을 찾는 것이지, 산이 어디에 있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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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내가 찾아내기 전까지는 내 게임에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실수가 무서워 주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어떤 기능을 넣을까 말까 몇 시간씩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게임에 넣고 확인한 후에 별로면 삭제한다. 탐험해보기 전에 지도부터 만들거나 게임 제작에 돌입하기 전에 작업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적 비전부터 세우지 않았다. 매일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그저 한결같이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어떤 결과물이 탄생할지 알게 될 때까지 늘 최대의 효율을 추구했다.
(이렇게 일하는 게 항상 답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고...요즘 생각함)
🔖 어떤 형식의 미디어도 완벽하지 않고 특정 미디어만 중독성을 띠는 것도 아니다. 선택한 매개체로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느냐가 중요하다. 상상력, 설득력 있는 서사, 공감은 어떤 형태로 표현해도 좋은 것이다. 중독은 문제다. 하지만 레저, 약물, 행동, 음식, 심지어 사회적 인정 욕구를 포함한 어떤 형태의 도피주의든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탁월한 작품을 만들지 말라고 막을 것이 아니라 문제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매혹적인 대상을 두려워하기보다 우리에게 이를 쓸모 있게 활용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훌륭한 성과를 이룰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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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모두가 함께 즐기기 위해 존재한다.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이 어디에 매력을 느끼는지 항상 알 수는 없었으나 알아내는 데 늘 흥미를 느꼈다. 게임에 관해 이야기할 때 중독이라는 말은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강력히 연결되었다고 느끼는 감정을 나타내는 또 다른 표현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감정을 건설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내가 예술가로서 해야 할 일이다. 이왕이면 더 나아가,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경험을 통해 사람 간의 연결까지 끌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도피주의가 제대로 구현된다면 저넹 없던 도피자의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다. 그게 아니면 고의적으로 작품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사람 간의 연결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야말로 불합리하지 않은가.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하며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더 보편적이고 효과적일수록 더 다양한 지식, 더 큰 공감, 더 강한 의욕에 관한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 게임에만 흥미를 느끼는 디자이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기가 매우 어려우며 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확신한다. 영감이 어디에서 올지 절대 알 수 없으므로 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꾸준히 읽고 배우며 다른 분야에서도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스타 트렉> 영화의 짝수 편(스타 트렉 팬들의 말에 따르면 짝수 편이 더 낫다고 한다.)의 작가였던 니콜라스 메이어는 이런 말을 했다. “관객이 어리석을지언정 틀릴 수는 없다.” 파이락사스 사무실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피드백은 진실이다. 누군가 나에게 게임이 답답했다고 말하는데 “아니, 그렇지 않아요. 재밌게 했는데 그걸 당신이 모르는 것뿐이에요!”라고 반박할 수는 없다. 그들이 답답했다며 내 게임이 답답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미가 반감된다면 고쳐야 하는 문제였다.